사진방/제주의 풍광

눈 덮인 초가

제라* 2009. 2. 2. 23:36

 

모난 곳없이 보기 좋게 둥그런 지붕이 그리 크지 않은 키로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바람을 이겨내기 위해 앉은뱅이처럼 땅을 의지하고 바투 당긴 줄은 지붕을 눌러가며 감싸안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초가들을 보면 가을 낙엽처럼 바싹 마른 감정에 물기가 돌듯 마음이 즐거워집니다.

돌담을 끼고 올래를 돌아들면 그곳엔 그림처럼 마음의 고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연례행사로 번을 돌며 묵은 지붕을 걷어내고 새지붕을 이는 날이면 내일처럼 마을 사람들이 일손을 모우곤 했습니다.

어린 시절 딱 한번 초가 지붕 이는 걸 본 기억이 있습니다. 창고로 쓰이던 건물이라 한번 본 것이 마지막 기억이지만

가깝게 지내던 동네 어르신들께서 마당 길게 새끼줄을 꼬며 오가던 사이를 뛰어다니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초가에서 살았던 기억이 없음에도 섬에서 자란 아낙에겐 초가의 둥근 곡선이 각인된 듯 고향의 모습으로 남았습니다.

 

실컷 내린 눈이 섬을 온통 설국으로 치장한 날에 만났던 초가의 모습들입니다.

더 곱고 시선을 끄는 고운 곳도 많았으나 아직 서툰 손자파리는 많은 것을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많은 세월이 흘러도 고향의 모습을 저리 추억하게 될 것입니다.

봉긋한 어미 가슴에 안기면 모든 근심과 걱정이 녹아내리듯 그리 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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