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방/제주의 풍광

성산포에서...

제라* 2009. 1. 29. 21:06

 

성산포의 바다.

포구를 나드는 배나 어부의 모습도, 바다에 몸을 던지는 해녀도 늘 변함없지만

성산포에서 일출을 게워 내는 바다는 매일 새롭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선 일출봉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위풍을 자랑하지만 어제의 그가 아니다.

시린 바다에 담근 발은 이미 통증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할 것이나 섬의 끝자리 그에게 주어진 몫을 지키며

몰아치는 눈보라와 맞선다. 가는 해 끝에서 지난 날의 자신을 추스리며 기축년 맞이할 준비로 바쁘다.

성산포의 바다에선 어제와 다른 일출봉이 태어난다.

 

 

  

 

 

 

고유 명절을 앞두고 매섭게 몰아치는 눈보라에 맞서 기세 드센 파도를 이겨내며 바다에 뛰어든 어머니는

인고로 살아온 생의 무게만큼 보상받았다. 

살갗을 파고 들며 뼈를 후벼파는 고통에도 지지않고 한걸음씩 타박거리며 뭍으로 오른다.

아내가 그러했듯 문 밖에서 말없이 담배와 씨름하며 동동거리는 어부의 고개가 자꾸 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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