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편/생각 자투리

하루가 저물어...

제라* 2007. 10. 22. 20:02
여기는...
지는 해를 품어낸 섬, 아름다운 제주.

하루를 과중한 업무에 치여 허덕거리며 보내고, 채 마무리 짓지 못한 일과를 밀쳐두고 나선 길. 역시 발목 붙잡혀 여유로울 수 없음은 산적한 일 때문만은 아닐 터인데...

그렇게 하루가 가고 또다른 내일을 살아도 여전히 같은 테두리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함은 나만의 과제는 아닌데 어찌 혼자만 앓는 소리를 하는 것이지.

 

섬이 겨울을 준비하고 있음을 아는 바다도 지난 여름의 시원스런 설레임을 잊었다.

붉은 해를 삼키고 함께 붉게 타오르는 속내는 시린 가슴을 달래는 아픔이리니 아직도 앓는 소리를 달고 앉은 나도 그 기운으로 함께 붉게 물들어간다.

검게 어둠을 담아내는 해안의 바위들과 붉게 물들어 이미 존재를 잃어버린 나조차 의미를 잃었으니 그대 마지막 열정까지 토해내시길...

 

아직 못다한 말이 남았음이던가.

잘못 디딘 뒷걸음질에 빠져드는 늪을 감지한 미약한 존재처럼 안간힘으로 버티어도 끝내 모습을 잃었으니 붉게 타고남은 하늘만이 그의 존재를 확인해 줄 뿐이다. 아니 불덩어리 삼킨 바다도 삭히지 못할 응어리를 토해내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난처함에 속내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

 

아주 잠깐 멈춘 듯 싶었던 시간이 바다에 빠진 해의 시신을 희롱하고 있다.

잔물결에 이리저리 밀리는 여운은 식은 열기로 살아남고자 바둥거리지만 끝내 그렇게 침잠해간다. 그렇게 바다에 녹아들어 버렸다.

존재 남지 않아도, 그대! 내일은 내일의 태양으로 다시 떠오르리니 꺾인 허리 곧추세워 다시 한 번 그대를 마중하리라.

 

나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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