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편/생각 자투리

가끔은 고개 들어 하늘을...

제라* 2007. 8. 17. 20:35
파란 하늘이 눈이 부신 날에
날짜:
2007.08.15 (수)
가슴에 담고 싶은 것은...

작은 틀에 갇혔으되 속박이 아니었고, 제한된 범위였으나 행동에 불편함이 없던 마냥 행복하기만 했던 날들의 연속. 고통과 허기, 그 어떤 어려움도 없이 마냥 내 세상일 것 같던 어머니의 자궁에서 안일의 시간에 종지부를 찍으며 온몸을 옥죄이며 내몰리던 날에 느꼈던 두려움으로 토해낸 울음.

어쩌면 그것은 새로운 세상과의 첫 대면에서 느끼는 호기심과 내 편한 일상과의 이별이라는 상반된 감정에서 오는 복잡함이  얽히어 토해내는 불안감이었으리라.

 

시신경을 통해 들어오는 낯선 모든 것들이 새로움의 연속이었으니 손에 쥐는 것마다 맛을 보며 음미했고 손을 뻗고 발을 움직여 세상을 뒤집었다. 허나 뒤집었다 하여 끝나는 것이 아니었기에 손과 발을 이용해 기고 끝내 두 발로 세상 위에 섰다. 여전히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시간이 흘러 세상 밖으로 내몰린 뒤에야 오래 전 추방당했던 그 풍요로움의 땅인 자궁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 새로움의 모든 대상은 늘 경쟁의 연속이었고 선택의 기로에서 책임을 추궁당하기 일쑤였다. 희망의 무지개를 쫓듯 허상만을 쫓았을 뿐, 끝내 내가 가고자 했던 곳, 다다르고자 했던 그곳은 내 어머니의 자궁 같은 곳이었다.

 

어제와 다른 듯 싶으나 늘상 똑같은 오늘. 내일은 오늘과 다르겠지 싶지만 다다른 곳은 역시나 어제의 오늘. 걸어온 내 삶의 시간만큼은 얻음이 있었으리라 자위해보지만 허탈함으로 안고 선 그것은 꿈꾸며 가슴에 품었던 것들의 껍데기일 뿐이었다.

 

연결고리로 얽힌 사회의 테두리 속에서 맺어진 연이 작은 가슴을 후비며 끝내 커다란 상처입은 몸으로 내동댕이질 당했을 때, 억울함으로 잔뜩 독 올라 태초의 자궁 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가여운 영혼이 오늘을 운다. 그곳이 마지막 짐을 풀 곳임을 알지만 살아온 연에서 얻은 상처의 깊이는 끝내 자신을 잉태시켜 세상 밖으로 밀어냈던 최초의 아픔만을 떠올리며 주변 이들을 함께 아프게 한다. 그리고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밤에 자신만의 닫혀진 공간에서 서로의 아픔으로 눈물 흘린다. 이미 기억 저편에서 감정의 찌꺼기조차 남지 않았으나 처음으로 느꼈던 그 생소한 불안감으로 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의 습성처럼 그 편안했던 자궁을 꿈꾸며 잠든다.

 

가질 수 없는 것, 이미 잃어버린 것에 대한 억척. 만물의 영장이라 자칭하는 인간이 미물이라 얕보고 깔보는 그것보다 못한 쩨쩨함으로 눈쌀 찌푸리게 한다. 어린 아이의 투정처럼 손에 쥔 떡보다 내 것일 수 없는 것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가슴을 쥐어짜며 통곡한다. 흘러간 물을 되돌릴 수 없음에도 자신이 처한 오류를 합리화시키기에 급급하며 주위를 안타깝게 하는 것이다.

 

연어의 회귀는 물꼬가 트이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막다른 웅덩이에 갇힌 연어의 몸부림이 강할수록 자신이 얻는 것은 상처 뿐이다. 상처를 돌보기보다는 갇힌 처연한 신세가 애잔하여 높은 둔덕만 쳐다볼 뿐이다. 고인 물은 상처를 썩게 하고 물 또한 서서히 썩어간다. 그곳은 몸부림치며 되돌아가고자 했던 태초의 곳이 아니다. 이미 박차고 나온 그 태초의 평온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곳인 것이다.

 

둔덕만 높다 타박할 것이 아니라 이제 내 상처를 보듬어 안아야 할 때이다. 완전한 치유가 아니더라도 내게 주어진 생명의 연이 다하는 그날까지 애잔한 삶이라 할지라도 내 몫에 감사하며 끌어안아야 할 때인 것이다. 깊을만큼 깊은  상처를 끌어안고 산다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방법은 끝내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미 새로움에 맛을 알고 즐거움을 느꼈던 그 어린 날에 포기한 요람은 잊어야 한다. 내 상처 더 깊어 생살까지 썩어서 문드러지지 않도록.

 

하늘을 본다.

뜨거운 태양을 품은 하늘이 어찌 저리 파란가!

열기로 태워버릴 듯 싶은 8월의 하늘의 물색이 어찌 저리 고운가!

보낸 날들 중 가끔 저리 고운 하늘에 시선을 주었다면 혹여 그 높은 둔덕을 오르려 쓰던 삶에 대한 에너지를 내 삶을 끌어안으려데 쓰진 않았을까...

 

행복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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