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은 아주 긴 날을 어둠 속에서 보내야 했다.
살아온 날의 대부분이 그러할지니 특이할 것도 없는 그저 평범해버린 어둠의 날이었다. 목소리 큰 어느 누군가가 태초엔 그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더라도 지금의 내겐 아무 의미가 없다. 어둠의 시간을 무사히 보냈고 갑옷처럼 여린 내 몸을 감쌌던 껍데기를 벗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내 삶은 싱그러운 초록내음과 산들거리는 나무가지의 그늘에서 시원한 바람을 타고 오늘의 삶을 즐기면서 저 깊은 폐속까지 자유를 들이마시고 있다.
물기 젖은 숱한 세월 동안 숨통을 막을 듯 쳐들어오는 흙을 게우고 들이키길 얼마. 아주 짧은 기간, 알 속에서 맡았던 바깥 세상의 상큼함을 잊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억척스럽게 검은 흙 밑을 터전으로 목숨을 이어가야만 했다. 그 짧은 기억으로 버텨 온 억척의 삶은 너무나 짧은 여름날의 소낙비처럼 내 생을 마감하게 할 것이나 그것만으로도 살아갈 이유는 충분했다. 단지 내게 주어지는 짧은 그 며칠을 노래하기 위해 칼날같은 햇살에도 굴하지 않고 여름 하늘을 날아오를 것이다. 온몸으로 바람을 타고 자유를 노래하기 위해서.
어두운 밤, 고요함을 무기삼아 내 생의 그 긴 터전을 박차고 무거운 흙을 밀어내며 기어오른다. 이 곳을 벗어나 아침이 밝기 전에 단단한 껍질을 뚫고 가벼운 날개를 달아야 한다. 잠시라도 머뭇거리거나 도중에 포기한다면 긴 어둠의 터널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하리란 걸 잘 알고 있다. 습기 머금은 대지로 머리를 내밀고 힘든 여정에 힘든 몸을 잠깐 쉬며 공기를 들이마신다. 이 얼마나 신선하고 달콤한가!
어둠이 잔뜩 내린 대지는 여전히 땅 속과 다를 바 없는 암흑의 세상이다. 허나 알 수 있다. 저기 보이는 나무를 오르고 짧은 시간 내 형상을 벗어나는 고통을 감내한다면 내일은 내게 찬란한 아침해를 보게 하리란 걸. 그리고 뜨거운 희망과 함께 그 태양 속으로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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