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편/생각 자투리

봄날은 간다...

제라* 2007. 7. 20. 18:11
새로운 봄날을 위하여...
날짜:
2007.07.22 (일)

요란하게 울어 젖히는 매미의 귀청 뚫는 합창이 땡볕에 무르익어 가는 계절.

잘 달궈진 후라이팬 안에서 지글거리는 부침개의 오동방정처럼 때를 즐기는 그들의 목청으로 한낮의 더위가 울컥 가슴을 후빈다. 이글거리는 태양은 차마 고개들어 하늘 한번 올려다 볼 기력조차 잃게 하였으니 그 위용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으리라.

 

뜨거운 태양의 열기는 한낮이면 식물들조차 물기 잃어 시들거리게 만들고 들판의 짐승들도 몸을 최대한 덜 움직이며 체온의 상승을 막고자 기를 쓴다. 날아다니던 날짐승조차 잠시 나무의 그늘로 날아들어 그 버거운 퍼덕임을 멈춘다.

 

혼자 신나게 돌던 바람개비가 외톨이처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놀아줄 친구를 찾는다.

 

수도꼭지를 벗어나 시원하게 내달리는 물줄기가 소금끼 잔뜩 머금어 후줄근하게 익은 몸의 열기를 짧은 시간에 몰아내 줄 것이다. 덜 털어낸 물기가 바람을 타고 시원스레 체온을 떨어뜨리고 냉장고 속을 갓 벗어난 수박이 그 달콤함으로 냉기를 더할 때면 이미 짜증은 잊어버렸다.

 

처마 밑 자신의 자리를 고수하고 앉은 펑퍼짐한 항아리도 이 여름을 즐긴다. 지난 봄, 그녀는 이 여름을 미리 예견했기에 여유로운 한량 놀음을 즐기듯 덤덤함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열심히 굳은 땅을 박차고 올라온 양하의 향긋한 새순의 싱그러움이 여름이라서 더욱 곱다.

가슴에 담고 싶은 것은...

이미 지나간 세월이라고 잊고 말 것인가!

돌고 도는 시간의 굴레는 내 육신이 죽어 썩는 그날에도

오롯이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으리라.

 

행여 덥다 짜증이 나는 날이면 앞선 계절과 다가올 풍성한 결실의 시간을 기억하자.

 

행복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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