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편/생각 자투리

짝퉁으로 만나서...

제라* 2007. 6. 26. 16:24
다른 듯 닮은 듯, 그렇게 닮아가는 부부
날짜:
2007.06.23 (토)
가슴에 담고 싶은 것은...

살아온 날들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많은 두 사람의 일부분.

입혀 놓은 바지가 닮았고 육신의 주춧돌에 끼워 놓은 짝퉁신발도 닮았다.

 

너무나 다른 환경 속에서 자란 두 사람의 힘 겨루기는 두 아이를 키워내는 그 세월을 뒤로 하고도 여전하다.

풋풋한 사랑의 감정은 이미 시들어 버렸지만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면서도 초심을 잃지 않으려 애를 쓴다. 그렇게 오늘을 닮은 내일을 살아갈 것이다. 성긴 머리카락이 빛 바래어 은빛으로 물들어가는 날까지.

 

신혼이란 의미에 어울릴 법한 커플 바지를 입고 비오는 날에 즐기는 둘만의 오붓한 드라이브.

고만고만한 무리가 사는 모습처럼 아둥바둥거리지 말고,부족한 가운데 없는 여유도 만들어서 둘만의 시간을 다시 만들어보고자 합의를 보았다. 주말은 연로하신 부모님을 위해 과수원 농사일을 도와야 하니 비가 오시는 날은 무조건 부부의 날이다. 작은 추억 하나도 함께 만들면 오래도록 삶의 양념처럼 더해져 아이들의 미래에도 좋은 영향을 주리라 믿어 별다른 일만 없다면 항상 가족들이 한꺼번에 움직인다.

 

한번 다녀왔던 곳이면 어떠하랴. 이미 올랐던 오름이면 어떠하랴.

섬 속에 머물러 일생을 살아간다 하더라도 구석구석을 죄 둘러보지 못할 것이다. 일상에 치여 내 삶이 그 일과에만 충실하다면 분명코 숨은 명소를 눈도장 한번 찍지 못하고 생을 마감할 지도 모를 일이다. 밖에서 보이는 섬의 테두리 안에서도 기동력을 갖추었으니 하루를 즐길 장소는 무궁무진하다. 일생에 한번 제주를 찾지 못하고 사는 이들도 허다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혜의 자연 조건 속에서 그 풍요로움을 느끼지 못하고 산다면 주어진 몫의 행복도 누리지 못하는 것이니 훗날 후회하지 않기 위해 혜택을 최대한 누리고 싶다.

 

이미 지난 신혼의 아름다움이지만 시간이 흘렀다하여 다시 누리지 못할 것은 없기에 함께 하는 두 사람의 시간은 앞으로도 쭈욱 신혼을 가장할 것이다. 내제된 기쁨이나 행복이 그 옛날에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미래는 아름답게 치장될 것이다. 하여 조금씩 그 행복했던 풋풋함을 되찾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부족하더라도 공유할 수 있는 시간들 속에서 혹여 벌어지고 있을 틈새를 조금씩 채워가면 호호 할매와 할배가 된다하더라도 늘 서로를 존중할 수 있으리라.

 

행복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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