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편/생각 자투리

우리 집의 봄빛

제라* 2007. 4. 21. 22:17
봄꽃으로 빛을 내는... 봄날에!
날짜:
2007.04.21 (토)
가슴에 담고 싶은 것은...

꽃가루 날리는 바람을 타고 봄비가 오신다.

촉촉히 내려앉는 빗줄기에 화사한 봄꽃이 미소로 화답하고 마른 땅은 흙먼지를 폴짝폴짝 튕기며 좋아라 까르르 웃는다. 마른 땅을 적시며 흐르는 봄비는 가만가만 작은 속삭임으로 짧은 치마를 입은 소녀의 신발을 적신다.

 

꾸물거리는 하늘을 뒤로 하고 친구와 둘이서 영화를 보고 나오니 그새 아스팔트 위를 살짝 적신 봄비가 우리를 기다린다. 영화를 보며 눈물, 콧물을 찍어냈더니 봄날의 하늘도 내 마음의 속내를 읽으셨음이던가. 어이 이리 볼을 탄 눈물 자국처럼 대지를 적시고 계심인지.

작은 우산 속에서 나란히 걸으며 앞서 내달리는 봄비를 따라 발길을 옮긴다. 우산 속의 수다가 빗줄기를 타고 우산 지붕을 때린다.

 

여우비 개듯 나른한 봄날로 돌아온 오후.

빗줄기로 씻긴 낯을 들고 외출에서 돌아온 나를 반기는 녀석들의 고운 미소를 카메라에 담았다.

아직 뒷끝이 남은 꽃사과와 커다란 미소로 하얗게 빛나는 카라. 그리고 조금씩 씨방을 키워가는 종무릇과 아직도 화사한 새우란의 고운 자태, 이제 서서히 무리지어 피어나는 사랑초와 영산홍과 철쭉... 조금더 봄을 끌어안고 여름이 더디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겨우내 숨 죽이던 여린 순들이 조금씩 자신의 세상으로 나오기 시작한다.

 

황사의 음침함이 가득했던 도심의 오만이 서서히 정화되고 있다, 봄비 속에서.

행복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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