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편/생각 자투리

보여지는 것

제라* 2011. 4. 30. 21:58

 

 

 

보는 것.

눈에 들어 보여지는 것.

깊이가 없는 사고의 크기로

그저 단순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만 볼 줄 압니다.

앞만 보고 달려온 시간들...

 

무엇에 쫓기는 줄도 모르고 이루고자 함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 어떤 것인 줄도 모르고 보낸 시간이었습니다.

나이 사십을 넘기고서야 살아온 날을 되짚어 볼 기회가 생기더이다.

그만큼 살았으면 무심히 던지는 돌에도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익혔어야 했건만

여전히 내 작은 그릇으로하여 더 담아낼 수 없는 안타까운 일들을 많이 만들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얽히고설킨 실타래의 무질서처럼

그렇게만 보여지던 일상의 무게들이 점점 그 실마리가 보이기도 하고...

바로 코 앞도 보이지 않은 안개 속 같던 막막함도

언젠가는 곱고 밝은 햇살이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하게 비출 거라는 것도 알게 되고...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고통의 순간들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상처가 치유되고 무디어져

무덤덤함으로 받아 넘길 줄도 알게 되었지요.

 

사는 게 그런 것이더이다.

어쩌면 가끔은 눈에 보여지는 것만 보고 살아도 그리 큰 불편이 없지요.

눈에 들어 그렇게 보고 판단되는 것이 내 한계라 하더라도

그로 하여 불행하지 않다면

가끔은 눈 감고 아니 본 척도 할 수 있고

모르는 척도 할 수 있게 되겠지요.

 

전에는 불처럼 화를 내고 물불 가리지 못하고 앞뒤 분간을 못하던 모난 성격이

정을 맞아가며 조금씩 두루뭉실해졌나 봅니다.

물론 여전히 까칠함이 붙은 성격이라 속앓이를 많이 합니다만

그전만 못하니 한 해가 다르게 변해감이겠지요.

 

성산포의 여명이 가슴 잔잔하게 담기던 날의 아침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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