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편/생각 자투리

횡재 수가 있었음이던가...

제라* 2007. 4. 14. 15:27
8알의 행복... 꿩알을 줍다!
날짜:
2007.04.14 (토)

 

어미가 잠시 집을 비운 모양이다.

하긴, 이른 아침이니 식사를 위해 마실을 나가셨으리라.

가시로 얼키고 설킨 곳이라 천적의 눈을 잘도 피해 집을 장만하셨을 터인데

그만 고사리를 꺾으러 나선 아낙의 눈에 딱 걸리고 말았네.

 

혹여 둥지를 건드리면 민감한 새들은 다시는 알을 품지 않는다고 했던 기억이 떠올라

찔레 가시에 손목을 긁어대며 간신히 두 장의 사진을 담아 왔다.

팔만 길게 뻗어 고개를 쭈욱 빼고 얼른 담고는 뒷걸음질로 돌아서 나왔다.

가시 덤불로 가리어 전체적인 모습을 담을 수 없음이 안타까웠으나

남의 집 함부로 침범해 속내까지 다 들여다 보고 왔으니 아쉬움은 접기로 했다.

어쩌다 귀가하는 집주인과 대면하면 무슨 핑계를 댈지도 난감하니 도둑심보가 따로 없다.

어떤 새의 알인지 색깔이 참으로 곱다.

천적의 눈을 피해 곱디곱게 자라 천지를 품길 바란다.

  * 휘파람새의 알...
가슴에 담고 싶은 것은...

올해 처음으로 고사리를 꺾으러 친정어머니와 함께 선흘 곶자왈로 들어섰다.

초벌 고사리는 두번, 세번째로 뒤이어 나는 고사리와 달리 연하고 맛도 일품인 모양이다.

늘 이맘 때면 친정엄마와 이른 새벽녘을 달려 기제와 차례에 사용할 고사리를 마련하러 다니곤 하는데 올해는 좀 이른 출발이다. 아무래도 지난 겨울이 너무 따뜻했기에 봄도 일찍 달려온 모양이라 좀 서둘러 들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선흘 곶자왈은 그 명성만큼이나 풍성한 숲으로 하여 아직 봄이 더디다.

이제 막 고사리들도 나오기 시작했으나 누군가의 발 빠른 채취로 허탕만 친 셈이다.

두어 시간을 빈 땅만 헤집음도 민망하여 간간이 보이는 콩제비와 으름꽃, 노루발풀 등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데 갑자기 친정엄마의 앞쪽에서 "후두둑~", "꿩~, 꿩!" 거리면서 암꿩 한 마리가 꽁무니를 빼고 날아갔다.

놀란 새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데 엄마가 상기된 목소리로 날 부르신다.

 

세상에...

그냥 스치듯 봐서는 전혀 그곳에 알을 낳았으리란 생각을 못할 곳에 8개의 알을 품고 있었다.

얼른 카메라를 꺼내 들곤 사진을 찍는데 들뜬 마음에 촛점이 잘 맞질 않는다.

보통 5월부터 알을 낳는 걸로 알고 있는데 산새의 둥지와 함께 오늘은 횡재 수가 있었나 보다.

오늘의 수확은 등짐 무거운 고사리가 아니라 이 녀석들과의 만남으로 즐거운 나들이가 되었다.

행복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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