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편/생각 자투리

제 88회 삼일절

제라* 2007. 3. 1. 21:43

부족함 없이 물질적 풍요와 과보호 속에 자란 세대들이

6.25의 처참한 전쟁의 아픔과 일제 36년간의 강점기 동안

나라 잃고 살아야 했던 이들의 치욕적인 삶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과연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 것인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진정 필요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확고한 인식과 올바른 사상의 형성은

고작 시험을 대비한 교과서적 배움만으로 끝나는 것이 현실이니

오늘처럼 삼일절이 도래하여 행사를 갖거나

매체를 통해 넘쳐나는 뉴스의 홍수를 어찌 받아들일지 걱정이다.

 

늘 그렇지만...

지난 해 큰아이의 중학교 입학에 앞서

교복의 가격에 대한 이슈가 넘치던 [시기]가 있었다.

브랜드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고가의 교복을 얼마나 성토했었는지.

막상 구입을 해야 하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뉴스의 흐름을 눈여겨 보았으나

끝내 입학 시즌이 끝나자 흐지부지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고

또한 올해도 달라진 모습 하나 없이 똑같은 전철로 흐르고 있었다.

일부 지역에선 재활용된 교복을 1,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준비해 놓은 방송을 보곤

잘 먹고, 잘 사는 요즘 시대에 참 옳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직 있구나 싶어

너무 기쁜 맘으로 보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제주 지역에선 찾아볼 수 없는 일이고 단체 구입으로 가격을 낮춘 곳은 있다고 하였으나

그도 몇 곳에 한정된 일이니 말이다.

여전히 고가의 학생복들은 유명 스타를 내세우고

저가의 경쟁력이 부족한 회사에선 덤을 끼워주는 일이 여전하니 말이다.

학부형으로 솔직한 마음은

유명 스타를 내세운 광고 전략 비용을 학생복 가격 절감 비용으로 사용하고

끼워주기식 덤으로 구입한 물건의 가격을 교복 비용에서 빼준다면 쌍수들고 환영할 일이다.

 

이젠 교복의 가격 문제도 입학을 앞두고 한물간 이슈가 되었고

또한 삼일절에 갖는 일본에 대한 국민적 감정도

어둠이 내리고 내일을 맞은 지금

조금씩 시들해지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글에서 양은냄비처럼 금방 끓고 금방 식어버리는게

우리의 근성 중 나쁜 것으로 꼽았던데

일정 부분은 충분히 공감한다.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대응에도 그러했고

일본의 비인간적 행태 역시

시대적 흐름과 강대국에 대한 맞대응이란 미묘복잡한 외교적인 문제로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함이 아닌가 안타깝다.

 

약자의 설움이다.

강한 자에게 너무나 너그럽고

강자에겐 자국의 이익만이 우선시 되어 주어진 모든 조건들조차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작금의 현실이 우리에겐

서글픔이다.

 

이미 늙고 병들어 지친 우리의 할머니들은

긴나긴 기다림으로 고인이 되신 분들이 다수이고

남은 분들 또한 고령으로

과연 앞으로 얼마간 그들만의 싸움을 계속 할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너무나 미약한 내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뿌리 깊은 상처를

어서 치료해내길 바라면서...

 

 

 

매해 같은 마음으로,

할아버지의 먹거리가 부족해 굶주렸다는 말에

손주는 "라면이나 핏자라도 먹지 왜 굶었냐"고 대답했다는

씁쓸한 우스갯소리를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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