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편/생각 자투리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날에는

제라* 2007. 2. 26. 15:02
하늘이 바다색이고 바다가 하늘색인 날
날짜:
2007.02.21 (수) 촬영
가슴에 담고 싶은 것은...

조용한 주택가의 고만고만한 담장 안으로 따사로운 햇살이 넘쳐

쌀쌀한 바람이 없다면 한여름의 날씨 풍경이다.

 

구름 한 점없이 깨끗한 하늘은 온통 파란 염료를 흩뿌려 놓은 듯이 파랑 일색이고

작은 화단으로 분주히 빛을 퍼주는 태양은 온화함 그 自體이다.

바늘잎 끝에 방울방울 맺혀 하늘거리는 바람을 타고 있는 물방울을 통해 햇살은 分散되고

해바라기하는 아낙의 눈에는 화살이 되어 꽂힌다. 

짧은 탄성과 함께 수많은 햇살은 아름답게 퍼지며 그대로 가슴까지 와 닿는다.

- 예쁘다.

낮고 짧게 뱉어낸 단어의 공허함에 화들짝 놀라지만

역시 예쁘다라는 표현이 틀리지 않다.

 

전업 주부로 살아가는 날 동안

마당 한 편을 차지하고 앉은 작은 정원에서 넉넉한 행복을 많이 선물받고 있다.

잡초가 자랄 공간도 없이 빼곡히 심어진 사랑초의 꽃놀이도 황홀하고

겨울을 나는 동안 간간히 수줍은 빨간 미소로 나를 반갑게 맞이하는 동백의 눈요기도 좋다.

봄을 재촉하는 듯 애기사과 나무의 연분홍 꽃무리가 활짝 피어 동네를 비출 것이고

동글동글허니 작고 귀여운 사과가 맺혀 나날이 커가는 모습도 반가울 것이다.

그리고 한겨울 동안 내내 푸르게 제 빛을 잃지 않고 서 있는

든든한 향나무 역시 내겐 뿌듯함을 膳物한다.

 

앙증맞은 모습으로 여기저기에서 즐거움을 찾는 행복이 너무나 크니

나는 진정 행복한 사람인가 보다.

반짝반짝 빛을 투과하는 물방울 맺힌 가지를 한없이 바라보며

사진에 담아두길 참 잘했구나 싶다.

 

     

행복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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