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편/생각 자투리

한가로이

제라* 2007. 1. 17. 21:16

 

겨울 바다의 웅얼거림이 드세더니 포구는 한산하다.

휴일을 맞아 멀리서 바다 낚시를 즐기러 들어오는 외지인들도 많던데

정박한 배들을 헤아리니 꽤 많은 배가 닻을 내리고

코뚜레를 하고 선착장에 묶여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댄다.

 

배를 두고 떠난 선장은 포구 입구 식당에서 잔술을 꺾으며

오늘 올리지 못한 건수를 못내 아쉬워 하리라.

하루 종일 바다만 바라보며 앉아 아비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해

달콤한 과자 봉지를 가슴에 안기고 싶고

거친 해풍과 소금기 머금은 바다물에 거칠대로 거칠어진 아내의 손에는

비릿한 냄새 풍기는 생선을 안겨주고 싶지만

손에 쥔 것은 잔술을 팔 푼돈 밖에 없으니

술잔 바닥을 기는 술 방울을 털어내곤 

바닷물에 젖은 몸을 일으킨다.

 

그래, 내일은 오늘과 다를 것이야.

늘 풍성함을 고집할 순 없지.

아무렴, 내일은 만선기를 휘날리며 의기양양하게 귀향할 수 있으리라.

골목을 지나 아비를 마중나온 아이들에게

주머니 속 깊은 곳에서 꼬깃꼬깃한 1000원짜리를 꺼내

어린 고사리 손에 쥐어줄 수 있을 것이다.

호탕하게 허허거리며 허리 휘어지게 웃어젖힐 수 있을 것이다.

내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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