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편/생각 자투리

잠시 숲에 머물다.

제라* 2010. 6. 26. 16:57

 

어제부터 내린 비.

세살 떼쟁이의 집요한 고집처럼 눌러앉았다.

 

아침이 열리지 않는다.

 

두껍게 내려앉은 장마의 기세가 드리워진 커튼을 비집고 들어온다.

솜이불 속에 파묻었던 얼굴을 내밀어 가늠해도

주말의 아침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편안함으로 파고드는 이불 속의 따스함이 참 좋다.

  

 

 

 

고소한 기름 냄새 풍기며 부침개나 지져낼까?

갑작스런 소란스러움...

시끄럽게 아이들을 깨우는 굵은 목소리에 잠깐 코끝에 걸렸던 고소함이 사라진다.

 

집안까지 파고든 눅눅함...

주저앉으면 하루가 허무하게 지날 터.

잠이 덜깬 눈으로 밥 한공기를 후딱 해치우고 나선 길.

우선 몸상태가 계속 저조하니 감기부터 치료하고...

병원을 나선 길로 교래리를 향하고...

물기 젖은 온몸을 흔들어대는 산수국의 꽃춤에 잠시 즐거웠고

거린사슴 못미쳐 위치한 숲에선 물줄기 잡기에 한때 즐거웠다.

서서히 안개에 묻혀가는 숲을 빠져나오는 길,

무거운 팔을 흔들어대는 벗들과 아쉬운 이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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