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가시는 뒤태에 길게 드리운 그림자조차 잡지 못하였습니다.
쏟아지려는 울음이라도 샐까 입을 틀어막고 북받쳐 오르는 설움을 삼켜야 했습니다.
아니 가시면 안되겠느냐고...
꼭 그리 가셔야만 하겠느냐고...
한번만이라도 어린 아이의 투정마냥 소리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못난 아낙은 아무 내색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소리없이 흐르는 눈물만 훔쳐냈을 뿐입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저만치 내달리는
그대의 마음을 몇 번이고 곱씹으며 헤아리고자 합니다.
다시 돌아오겠노라는 기약조차 남기지 않는 차가운 현실에
주저앉은 자리에 얼어붙은 망부석처럼
가신 길 지키고 앉았습니다.
동장군의 호시절 지나고 향내 고운 꽃소식 흩날리는 날에는
혹여 두고 간 제 생각에 소식 전하실지 몰라
그대 보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혹여 가신 길 되밟아오지 않으시더라도...
나는 가신 님을 보내지도 못하고 마냥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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