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방/제주의 풍광

겨울숲에 갇혀...

제라* 2012. 2. 7. 01:18

 

고단함을 익히 경험한 바 있지만 눈이 내린 다음날은 어김없이 한라산을 바라보는 마음이 더 간절해집니다.

허나 도로통제가 조금 남았던 기를 꺾어버리고, 부서지는 햇살의 따스함이 애간장을 녹이지만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고 몇 차례 찾아온 기회를 넘겼습니다.

 

그렇게...

모른 척하며...

또 그렇게...

아닌 척하며...

 

혼자라서 못 갈 길이 아니다 싶어 용기를 내어봅니다.

이미 많이 녹아내렸음을 알면서도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어봅니다.

목구멍을 턱턱 막아서는 가쁜 숨에 금방이라도 주저앉고 싶지만 내친 걸음이니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봅니다. 허나 이미 때가 아님을 숲이 말해 줍니다.

앙상한 숲이 앞길을 가로막고 섭니다.

한발도 앞으로 내디딜 수가 없습니다.

그저 막막함 뿐입니다.

 

 

가슴이 저립니다.

무얼 바라고 잠을 설친 몸을 이끌고 그 새벽부터 예까지 올랐는지...

무얼 얻고자 무거운 가방을 끌다시피 짊어지고 가고자 했음인지...

돌아갈 엄두도 낼 수 없습니다.

올려다본 하늘도 그저 갑갑함이 가득합니다.

 

 

주저앉아 가슴을 쳐대며 통곡이라도 하고 싶습니다.

잃어버린 날개가 그립고 그리운 날입니다.

 

 

 

'사진방 > 제주의 풍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목리 일출  (0) 2012.02.08
눈오는 날의 풍경  (0) 2012.02.08
섭지코지의 아침  (0) 2012.02.07
제13회 서귀포 겨울바다 펭귄수영대회의 단편  (0) 2012.02.06
겨울 속 일출봉  (0) 2012.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