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방/제주의 풍광

노을 지다

제라* 2010. 11. 15. 20:00

 

하늘에 걸린 구름을 따라 서쪽으로 달리던 중

억새 무리의 손짓에 바람이 점령한 한라의 허리에서 잠시 머물다.

 

몸을 가누기 힘겨울 정도의 바람 앞에서 저녁 노을을 본다.

 

억새춤이 온 들판을 하얗게 채색하고

고운 석양이 그 들판을 다시 물들이던 시간.

 

 

 

머리 산발하고 들판을 뛰어다니는 광녀처럼...

제 키보다 훨씬 커다란 억새 무리 사이를 그렇게 누비다.

 

고운 노을에 추운 줄을 몰랐는데 되돌아 나오는 길은.

뼈 속까지 파고드는 한기...

너무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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