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방/제주의 풍광

제10회 최남단 방어축제

제라* 2010. 11. 4. 21:20

 

모슬포에서 열리는 방어축제에 다녀온 적이 없어 결례임을 알면서도 지인과의 선약을 취소하고 차를 달렸습니다.

무얼 확신하고 나선 길은 아니었습니다.

오늘부터 축제가 시작이고 7시부터 예정된 불꽃을 담아볼 욕심을 앞세워 달린 길이었습니다.

살짝 들뜬 기분에 길눈이 서툴러 조금 헤매기는 해도 가는 길이 즐거웠습니다.

 

 

도착해서 행사 진행도우미를 통해 불꽃을 쏘는 위치를 확인하니...

마지막 날에...

불꽃을 쏜다고 합니다.

 

재차 확인했지만...

역시나!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처음엔 홈피까지 확인하고 온 내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의아해 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니 자꾸 깜빡 잊고 기억해내지 못하는 일들을 자주 경험하고 있거든요.

 

다른 일행없이 혼자 갔음이 다행이지 싶었습니다.

혼자 오가는 길이 외롭다는 핑계로 동행을 청했더라면...

 

이왕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니 마음을 비우고 행사장을 돌면서 분위기를 즐겨보자고 마음을 달리 먹었습니다.

솔직히 큰소리라도 한번 지르고 싶었습니다.

속 좁은 아낙이 일정표를 가지고 따진다손쳐도 크게 허물이 안되겠지 싶어서.

하지만 그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어 그러했겠거니, 일의 진행을 맡으면서 많은 고초가 따를 터인데

이미 확정된 일에 나서 왈가왈부하면 무엇이 도움이 되겠나 싶어서...

씁쓸함은 털어낼 수 없었지만 군말없이 돌아섰습니다. 

 

 

커다란 구조물 안에...

방어 두 마리!

체온을 떨어뜨리는 수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는 사력을 다합니다.

고만고만한 또래의 아이 셋이서 방어 두 마리는 감당하기 힘들어...

응원하던 어른들이 더 안달입니다.

 

아이는 생생하게 살아 꼬리치는 생명을 향해 힘차게 달려보지만...

물이 발목을 잡고,

이미 수영을 통달한 방어의 실력에 기운을 뺏기고,

오랜 전투에도 주저앉고 싶지 않은 집념으로 버티고 또 버팁니다.

 

아이 셋이 감내하기 어려운 방어 두 마리는...

지금도 도도하게 헤엄치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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