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방/제주의 풍광

우도에서...

제라* 2009. 9. 30. 12:06

 

우도의 여름 풍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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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늘 자신의 위치를 벗어나지 않는다.

주어진 몫의 책무에 싫은 내색 토 한번 달지 않고 묵묵히 지키고 섰다.

 

어제와 다름없는 아침을 열고 늙은 어미의 잰걸음을 따라 바다로 든다.

연신 자맥질 해대는 어미의 뒤꽁무니만 쫓으며 막막한 깊이로 빨려드는 그녀의 안위만을 걱정할 뿐.

찰랑거리는 파도의 장난질에도 동요없이 망부석처럼 지키고 섰다.

빛을 따라 물살 헤치고 올라와 숨비소리 토해내면 함께 깊은 숨 토해내고 다시 빨려들어가는 물갈퀴를 따라 숨이 멈춘다.

그렇게 오르락거리는 어머니와 섬은 하나가 된다.

바툰 숨을 고르며 뭍으로 오르는 어미를 따라 뭍으로 기어오른 섬은 숨비소리 죄다 모아 깊은 숨 토해내고...

 

머리에 걸린 해를 따라 감태를 말리는 분주한 손길을 따라 섬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젖은 머리 말리고 밭으로 나서는 어미를 따라 쉰 자리 털며 후다닥 따라 나서는 섬.

한 웅큼도 피할 수 없는 뙤약볕이 머문 골 긴 땅콩밭을 내달리는 열기 오른 어미의 등에 업힌다. 그렇게 잠시 오수를 즐기고.

흙먼지 털어내는 발길에 놀 고운 한라산의 골짜기들도 따라붙는다.

밥 짓는 연기는 저녁 해가 아쉽다.

 

섬은 지는 해를 안고 잠든 어미의 골 깊은 주름살에 몸을 쉰다.

어미의 낮게 고는 콧소리에 섬의 숨소리도 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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