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편/생각 자투리

눈 오는 날의 목장 풍경

제라* 2009. 1. 16. 13:35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이 올라갈 줄 모르고 성성하게 날리는 눈발도 그칠 줄 모르더니

반짝 반가운 해가 따사롭게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던 짧은 순간의 파란 하늘이 반갑다.

엉거주춤 버거울 정도로 껴입은 옷이 거추장스럽고 세워 올린 옷깃에 잔뜩 자라목을 하고 얼굴을 묻어도

헤집고 들어오는 찬바람의 기운을 당해내지 못하겠더라.

잔뜩 올린 어깨에 힘을 주고 털목도리 빙빙 둘러 친 방어막 틈새로 눈만 빼꼼하게 내놓고  걷다보면

며칠째 회색빛인 도심의 풀죽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사무실을 온통 점령한 한기를 쫓아내고 의자 깊숙이 엉덩이를 들이밀고 앉아 따뜻한 커피향을 마신다.

통유리 너머 흰모자 눌러쓴 한라산 정상에 눈을 박고 흘러넘치는 노래를 따라 의자를 꺼떡거린다.

혼자 근무하는 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이런 호사를 뉘라서 알까!

나무토막처럼 얼었던 다리가 풀리고 노곤하게 눈이 풀리면 빈 커피잔을 치운다.

이제 밥값을 해야지.

 

가끔씩 누리는 즐거움이 이곳에서 얻은 작은 선물이니 남용하지 말고 조금씩 맛보는 꿀단지처럼 애지중지해야지.

 

 

눈발 휘몰아치며 걸음조차 힘들게 했던 지난 토요일에 달리는 말의 표정을 담으러 목장을 들렀으나 너무 추워

말들이 제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또한 어찌나 낯을 가리고 까탈스럽게 구는지 낯선 이들의 방문에 주인이 불러도 쉽게 발을 떼지 못한다.

멀리서 다가오지 못하고 경계를 누추지 않는 녀석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만 접고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