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방/제주의 풍광

추억 들추기

제라* 2010. 12. 7. 20:50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보면서 괜히 울적함이 더하여.

 

올해는 꽃님을 보러 나섰던 길보다 버섯을 담을 욕심에 치중하여 

꽃소식이 무성했던 계절조차 습하고 음한 숲을 더 많이 찾아다녔다.

 

한번 욕심을 가지고 시작한 일이니 두어해를 더 투자할 마음으로 부지런을 떨었지만

그 부족함이야 어디 쉬 채울 수 있음이던가.

많은 제약들을 안고 나섰던 길들을 곱씹으면...

새로운 개체 하나를 더 만났던 즐거움이 앞서기보다 

깊은 숲을 헤쳐나오지 못해 안달하고 허둥대던 오싹한 기억들이 앞서 달린다.

등골에 식은 땀이 잡힐 정도로 간담이 서늘하여...

혹여 우리 대장이 알면 발목을 붙잡을 지도 모를 일이라

내색도 하지 못하고...

어느 날 밤엔 놀란 마음이 남았던지 큰소리로 헛소리 하는 걸 아들 녀석이 듣고 어린 마음에 한소리를 했었다.

그럼에도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고질병처럼 고개를 들고 들썩거리는 마음 자리 잡지 못하여 가방을 챙겨들고 나선다.

 

가끔은 저녁놀이 참 고와 그 밤을 다 새우다시피...

설친 밤을 안고 새벽을 달려 익히 알려진 일출 포인트를 찾아나서면

역시 이른 새벽의 싸한 느낌이 좋고

어스름을 뚫고 희미하게 밝아오는 여명이 좋아

혼자 앉은 오름 지붕에서 따뜻한 커피로 마음을 녹이길 몇 차례...

 

가끔은 혼자라는 사실이 몸서리칠 정도로 싫고 무섭지만...

언제나 셔터를 누르기 시작하면 그 모든 사심들이 사라지고 남은 것은 그저 바라보고 담아내는 즐거움 뿐!

 

 

 

 

그렇게 한 해가 갔다.

 

그리고 남은 날...

다시금 일출과 일몰을 담고 싶은 욕심 채우려 나설 터이고

찬바람 코끝을 베일 듯 달려들어도

언제나 초심을 기억하며

노을 앞에 당당하게 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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