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컷 눈구경을 했던 날에...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눈보라가 버겁기는 했지만 온세상이 하얗게 채색되어 가는 풍경 속에서 많이 즐거웠습니다.
눈발을 가르며 달리는 힘찬 말의 당찬 포스에 압도당해 두발을 땅에서 땔 수 없을 정도였고
순백이 끝날 것 같지 않게 계속 이어지는 설원을 보며 세상이 이렇게 깨끗할 수 있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습니다.
키다리 삼나무들이 길게 늘어선 길에 들어서니 초록과 더해진 하얀 눈송이가 한층 더 신선하게 다가오던 날이었습니다.
두발이 묶여 도저히 나설 수 없을 것만 같던 날이었음에 도심을 벗어나 설국에 몸을 맡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벅찬 감동입니다.
두껍게 껴입은 옷을 파고드는 추위는 그에 비하면 아무런 제약일 수 없었음을 왜 모를까요.
다만 내재된 기세은둔의 심성이 한 발 내딛음을 꺼려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