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방/제주의 풍광

노을이 달린다.

제라* 2012. 11. 18. 21:59

 

 

 

 

방목을 하는 목장에 위치한 단순한 능선이 이쁘고

비가 왔을 때만 고이는 웅덩이의 반영이 마음에 들어

지난해 여름에 몇번씩 들락거렸던 장소입니다.

 

방목하는 말의 숫자가 많지 않았지만 마음에 드는 샷을 담아보고 싶어서

겁쟁이 주제에 나름 말들과 친해지려 무던히 대화를 시도했지만...ㅎ

그들의 의지를 내가 알아들을 수 없었고

나 역시 그들과의 소통이 불통인지라

그저 동동거리며 다가오는 어스름은 아랑곳 없이 목청을 돋우던 기억이 담긴 샷입니다.

 

올해 다시 찾은 저 곳에서 얼마나 실망을 했는지 모릅니다.

보온병에 따뜻한 커피를 담아들고

마음에 드는 샷을 얻을 때까지 찾아갈 거라고 다짐하며 능선에 올랐는데

포크레인 작업을 했는지 꽤나 깊게 파헤쳐진 웅덩이 앞에서

얼마나 절망했었는지...

 

그후로...

차마 다시 찾지 못했습니다.

자동차로 달려 약 반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으니 그리 먼거리도 아닙니다.

하지만 용기내어 다시 가 볼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아쉬움이 많이 남은 포인트 중 한 곳입니다.

 

들꽃도 그러하고 풍경 포인트도 개발이나 어떤 목적에 의해

내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달라지는 걸 목격할 때마다

가슴 한 구석 자꾸 구멍이 뚫리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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