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방/제주의 풍광

여명... 성산포에서

제라* 2012. 10. 19. 23:19

 

 

 

성산포로 일출을 보러 다녀온 지...

벌써 2주가 지났습니다.

 

섭지코지의 일출 소식도 들리고

쑥부쟁이 흐드러지게 핀 모습이 장관이라고 알려주셨지만

뭉기적거리며 나서고 싶은 마음을 붙잡고 앉았습니다.

 

평소 늦게 잠자리에 들어 아침잠이 많았었습니다.

날밤을 꼬박 새는 것은 수월한 편이나

이른 기상은 무엇보다도 힘든 일이라

아이들의 귀가는 제가 챙기고

등교 챙기는 것은 옆지기가 도맡아 해주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일출 풍경을 담아내는 즐거움을 맛본 뒤

1등 잠꾸러기가 정말 많이 바지런해졌습니다.

알람을 1분 간격으로 맞추고 한번 울리는 벨소리에 벌떡 일어나 앉습니다.

아무리 늦게 잠들어도 기특하게도 잘 일어나 출사를 위해 챙기곤 합니다.

물론 주말에 과수원에 일하러 간다고 하면 좀 다른 모습으로 이불 속으로만 파고들어

침대를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른 새벽 길을 달려가는게 참 좋습니다.

상쾌한 공기가 폐부 깊숙히 들어오면 그간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말끔히 씻기는 듯 합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일출을 기다리며 맞는 여명에 대한 설레임 또한 가히 비교할 데가 없습니다.

고운 풍경이든 구름이 잔뜩 껴서 셔터 한번 눌러보지 못하고 뒤돌아설 때조차

그 나름대로 새벽을 맞는 느낌은 각각 다릅니다.

 

일몰과 달리 일출은 잠에 취한 몸을 일으키기 힘든 만큼

또한 이른 새벽부터 부족한 잠의 꽁무니를 쫓아내야 하는 만큼

일출 앞에 선 제 자신이 대견하고 뿌듯합니다.

 

 

내 살아가는 동안 참 오래도록 끌어안고 살아갈 고운 추억이 담긴 날의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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