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편/생각 자투리

인동향 진하게 퍼지던 날에...

제라* 2009. 8. 19. 17:43

 

누군가와 공유 할 수 없는 게 있다.

 

너무나 흔하디 흔하여 딱히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아도 다툼이 없는 게 있는가 하면

희소성 하나만으로도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없음에 어떤 희생이라도 치를 기세로 덤벼드는 것 또한 있다.

많은 양으로 혹은 무한한 이용 가치로 그 효용이 만천하에 이르면 좋겠지만 천연적인 존멸이야 어찌 막겠는가!

아무리 끝없이 우리에게 주어진 것처럼 보여지는 태양의 존재도 자괴가 예견된다고 과학자들이 못을 박았으니...

참나, 오지랖도 넓다!

그 세월만큼 살아갈 자신도 없으면서 태양이 자멸하는 것까지 따질 필요가 있나...

 

피곤함을 털어내고 자리에 들어 아침을 맞고, 새로운 일과를 어제와 다름없이 반복하면서 한 주를 보낸다.

그리고 반복의 반복을 거쳐 한달이 지나고 그렇게 한 해를 채우는 보편을 살아간다.

그게 태어나서 죽음으로 치닫는 게 인간사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허나 삶이 생과 사만으로 끝이 날 수는 없음이니...

뭉뚱그려 세상사를 덤으로 넘길 수도 있으나 차분하게 마음 가라앉히고 한 개체를 뜯어보면 저마다 다른 길을 가고 있음이 보인다.

너무나 뚜렷하게 개성있는 삶으로 누군가의 목표가 되고 희망이 되기고 하고, 혹은 그 반대로 원성과 지탄의 대상으로 세간의 이목을 모으기도 한다. 고만고만해 보이는 삶 속에도 나름의 철학이 있고 특유의 고집도 있다. 그렇게 많고 많은 점들이 세상을 이루어가지만 그 점들의 강한 개성으로 늘 똑같아 보이는 반복적인 생활이 활기차고 역동적일 수 있음이 아닐까 한다.

 

쳇바퀴 돌 듯 일상의 반복 속에서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것과 그러하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이 있고 욕심껏 채운 자만만이 공존한다.

경계가 있어 동경으로 가치가 나날이 높아지는가 하면 엄격한 경계 속에 완전히 차단되어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존재의 유무조차 모른 채 경외와 경시를 동시에 탐닉하며 매일 상한가를 치리다.

 

 

공유할 수 없지만 공감은 가능하다.

 

다른 개체로 서로 사상을 공감할 수 있음 또한 얼마나 큰 즐거움인가!

전혀 다르다치더라도 한 사람의 생이 여러 사람을 공감케 할 수 있음 또한 동경의 대상일 터이나 한 나라를 이끌었던 이의 삶이라면 한번 더 우상으로 자리매김하리라.

 

굴곡 깊던 생을 평온으로 정리하고 뒤돌아 아쉬움 많을 것이나 한 나라의 역사에서 골 깊게 자리하실 그 분의 명면을 TV 화면 속에

서 뵈면서 어느 날에 만났던 인동꽃이 되살아납니다.

질긴 생명력처럼 그 향이 멀리 날아 온 나라에 퍼지던 때를 기억하면서...

 

가신 분 나를 모르더라도 내가 그를 기억하고 한 나라가 기억하고  세상이 기억하리니...

 

 

 

 

 

* 역사 속 인물이 잠든 날을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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