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편/생각 자투리

시작이 아니라 끝일 수도 있는 봄

제라* 2009. 3. 1. 20:21

 

봄, 봄하고 뱉어보면 함께 따라나서는 느낌들은...

동면을 끝내고 도약하듯 나무껍질을 뚫고 올라오는 새순과

하나의 새로운 개체로 성장하기 위해 대지에 한 자리 잡기 위해 태어나는 새생명,

겨우내 묵힌 농지에서 짧은 해 끌어안고 종종걸음하는 농부의 부지런한 손놀림,

새끼를 치기 위해 헌집을 보수하는 어미새의 날개짓과 새학년을 맞은 아이들의 밝은 웃음 소리와 함께

입학을 위해 깨끗한 교복과 가방으로 단장을 한 아이들의 설레임도 함께 한다.

 

겨울이나 여름, 가을의 느낌과는 조금 다르게 봄은 신선한 시작을 우선 떠오르게 한다.

내려간 기온이 신체 활동을 더디게 하고 왕성한 생명력을 발산함 대신 미래를 준비하고 기다림을 배우게 한다.

 

대다수가 그러한 봄날에 혹여 누구는 앉은 자리 정리하며 갈무리하는 이 없을까...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바꿀 수 없어 살아가는 내내 남들보다 몇 배는 갖은 애를 써야 하는 그들의 봄은 어떨까.

 

 

 

 

흙도 대부분 쓸려 깊게 뿌리조차 내릴 수 없는 바위.

거의 모든 뿌리가 허옇게 드러나 있는 새끼노루귀.

영양분은 고사하고 게으름뱅이 비를 만나면 이 계절을 버틸 수 없을 것만 같은 뿌리들.

벌써 앙상하게 말라버린 것도 보일 지경인데 어찌 꽃조차 피울손가!

과객은 손자파리만 할 뿐 인정 한 줌 올려주질 않았다.

 

 

 

 

하루의 목숨 값으로 이 봄을 이겨내고 씨앗까지 맺어낼 수 있다면 또한 그의 몫일지어니...

 

 

키 작은 녀석의 꽃술이 어찌 저리 고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