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방/제주의 풍광

님이 오시나 보다...

제라* 2010. 2. 17. 14:20

 

 

 

어디에선가는 이미 봄이 시작되고 있나니...

깊은 겨울의 어디쯤에 내님 오시는 소식이 있어...

 

 

 

 

동동거리며 혼자 분주할 줄만 알았지 진득한 맛으로 기다릴 줄을 몰랐습니다.

아니 오신다, 더디 오신다,  이미 나를 잊으셨을 게라 타박에 응석받이처럼 채근할 줄만 알았습니다.

그렇게 몇 해를 보내니...

 

 

 

 

아니더이다.

언제 오시냐는 애정어린 투정에도 발걸음 한층 빨리 하실 줄 모르고

제풀에 기죽어 체념하듯 이제 오시지 말라는 도리질에도 묵묵히 때 맞추어 오시는 걸...

속좁은 아낙만 마당과 방구들을 들락거리며 혼자 맴을 돌고 있었던 것을!

 

문짝 떨어져라 뛰쳐나가는 이의 마음도 모르고 대문으로 들어서는 그의 얼굴에는 그저 잔잔한 미소만 흐를 뿐이네요.

반겨 맞을 걸 아시고 세복수초와 변산바람꽃, 흰털괭이눈까지 한 보따리 싸고 오시어 기다림에 대한 보답처럼 그리 펼쳐놓으시네요.

 

눈오는 날 정신 줄 놓고 좋아라 촐랑거리는 강아지마냥 엉덩이가 한참 난리를 칩니다.

 

겨우내 자리 지킴이처럼 눌러붙어 키운 무게를 조금씩 덜어내어야 들판으로 내달리는데 속력이 붙겠지요.

 

섬은 이미 봄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진방 > 제주의 풍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정굿  (0) 2010.03.19
형제섬의 일출  (0) 2010.02.25
그리움 남겨둔 곳으로  (0) 2010.02.14
당근 작업  (0) 2010.02.05
비양도의 일몰  (0) 2010.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