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방/제주의 풍광

경매 현장

제라* 2010. 2. 1. 23:00

어스름이 남은 새벽녘,  기세등등한 목소리로 통통거리며 선착장으로 들어선 배들이 즐비하다.

간밤에 건져올린 풍성함을 안고 귀환한 어부들이 익숙한 솜씨로 갈치 상자를 내린다.

열달을 채우고 나온 내새끼처럼 아꼽다.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경매를 기다린다.

발빠르게 순번이 돌아오고...

싱싱함으로 팔딱거리며 뭍으로 오르길 거부하던 은갈치의 쭉 빠진 몸매가 눈이 부시다.

 

밤과 싸우며 피곤함을 견디고 건져올린 댓가만큼 어부의 주머니가 넉넉하면 좋겠다.

이왕이면 높은 가격에 새로운 주인을 만나면 골 깊은 어부의 주름살들이 하나 같이 함박웃음으로 피어날 터인데...

한잔 술에 얼큰하게 붉은 낯으로 귀가하는 어부는 웃음 고운 아내를 떠올리며 목청을 돋으겠지.

 

따뜻한 아침 햇살이 어부의 잘 익은 뺨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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