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방/제주의 풍광

가을 깊어가는 길목에서...

제라* 2009. 10. 19. 14:17

바람에 실린 님의 향기에 멀리서 오신다는 소식만으로도 가슴 설레었습니다.

밤을 밝히며 요란스럽게 재잘거리던 전령사들의 노랫소리에 선잠으로 새벽을 맞곤 했습니다.

저만치 들판을 달려 오시는 걸 보면서 가슴 벅찬 감동으로 맨발로 뛰쳐나가곤 했습니다.

가는 계절 서러워 붉게 타는 저녁놀의 열정처럼 그대를 마중하고 싶었습니다.

어찌 하루를, 그 긴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는지 이젠 기억조차 나질 않습니다.

그저 내 앞에 선 그대의 당당한 모습만으로도 행복하니까요.

무리지어 피어나 바람을 타는 억새들의 군무처럼 오목가슴 작은 아낙의 마음은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고 요동을 칩니다.

햇빛 속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억새처럼 허옇게 머리카락 풀어헤치고 황금색으로 빛나는 들판으로 달려가고 싶습니다.

그대 품 속에 오롯이 안기고 싶습니다.

 

 

 

어찌 이제사 오시었느냐고 투정어린 타박이라도 던지고 싶습니다.

어찌 벌써 가실 준비부터 하느냐고 울먹이며 그대의 앞길을 막고 싶습니다.

 

 

 

 

 

 

 

어느새 오신 듯, 그리 가시겠지요...

 

억새 흐드러진 그 길을 따라 다시 오신 길 되짚어 가시겠지요....

 

 

 

 

 

 

 

 

 

어찌 그대 맘을 모르리까...

 

그래도 한번 더 투정어린 속내 울걱거리며 매달리면 잠시 더 머물러 주시렵니까!

 

 

 

 

 

 

 

 

 

이제 가시면 언제 다시 오시느냐 묻지 아니 하겠습니다.

 

다시 계절을 되돌아 때가 되면 어김없이 돌아와 내 앞에 서실 그대임을 내 믿거니...

 

언제 다시 오시느냐 절대 아니 물을 겝니다.

 

 

 

 

 

 

 

 

들판으로 내달리는 그대의 뒷모습을 보며...

절대 눈물 흘리지 않으리다.

내 맹세코 눈물 아니 흘리리다...

 

맹세코...

 

 

 

 

 

 

 

기다리리다.

그대 다시 오시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리다.

꽁꽁 언 손 녹이며 긴 동면을 마치고, 따스한 봄햇살이 고운 날도 보내고, 뜨거운 태양도 잠시 피하면서...

그리 내게 오실 그대만을 기다리리다.

 

가신 길 잊지 마시고 꼭 되짚어 오시어여.

늘 그러하듯 언제나처럼 이곳에서 그대를 기다리고 있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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