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편/생각 자투리

청보리 춤추는 가파도의 봄

제라* 2009. 3. 31. 20:33

 

섬의 어느 포구에 서서 까치발을 하고 시선을 바다로 던지면

파도의 넘실거리는 재롱 너머로 숨바꼭질 놀이에 열중인 가파도를 눈에 넣을 수 있다.

어린날, 농촌 풍경에서 늘상 보아왔던 보리밭의 풍경은 그닥 신선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라산 중산간에서 보았던 것과 달리 발 아래 바다를 두고 폴짝 뜀뛰기라도 할라치면

금새 파도에 발을 담글 것 같은 풍경과 한라산의 우람함까지 더해진 가파도의 보리밭 풍경은 참 신선하다.

 

청보리축제를 위해 마을 골목의 담벼락들을 제주색이 물씬 풍기도록 그림을 그려넣은 모습에

빙새기 웃음이 새어나오고 곳곳에 바닷바람과 맞서며 퍼덕거리는 깃발들이 눈웃음 짓게 했다.

손님 맞을 준비를 제대로 했으니 오신 분들 눈이 그만큼 즐거웠으리라.

 

시선을 돌리는 곳마다 어느새 물이 오른 보리 이삭의  풍성함을 그득 담은 보리밭 뿐이다.

바다를 넘어 섬에 오른 바람은 시새움 가득 담은 몸짓으로 돌담을 타고 오르내리며

보리밭과 씨름 중이다.

이리저리 한 무리씩 몰리며 바람을 피하는 청보리 이삭의 몸짓이 물결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