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편/생각 자투리

가을 추억

제라* 2009. 3. 6. 21:59

 

아무리 용을 써도 뜻대로 이루지 못하는 일이 있음에...

그저 넋을 놓고 처분만 기다리는 신세처럼 그렇게 목을 놓아 바툰 숨을 토해내고 싶어도

너나없이 그러하니 혼자 오두방정 떨지 못하고 갈라지는 가슴을 짖눌러야 했다.

지나고 나니 너무 허탈할 정도로 기다린 시간이 아무 것도 아니더라.

어찌 그리 무지하게 용을 썼을까 싶다.

 

 

 

 

코에 신선한 바람 잔뜩 집어넣고 돌아오는 길.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들어선 이름 잊은 어느 식당 겸 살림집의 장독대 앞에서 만난 가을 추억.

가을 지나고 이미 겨울도 깊어 봄이 코앞일 즈음인데

충실하게 속을 채운 늙은 호박들이 짧은 해를 기다리며 일광욕 중이다.

지금은 지나는 손의 배를 채워주고 제 몫을 다 했을 터이니

녀석의 자리는 비었으리라.

 

 

지난 세월의 한 자투리 붙잡고 잠시 넋을 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