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편/생각 자투리

피붙이... 그 질긴 끊

제라* 2005. 6. 16. 21:58

   

 

사람 사는 거 별거 있을까!

한 발자국만 물러서서 보면 거기서 거기인데.

 

자기 손에 쥔 떡보다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것은

채워지지 않는 욕심 때문이다.

오늘과 다를 내일을 위해 노력하고 애쓰는 삶은 경건하기까지 하지만

단지 남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남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바둥거리는 것은 인간만이 지닌 욕망 때문이다.

결코 죽음 앞에서도 쉽게 벗어던질 수 없는 욕심의 굴레.

그 굴레로 하여 진정 자신에게 필요한 것조차 잃어버리고 있음을 잊기도 한다.

 

돌아보면 결혼을 하면서

많은 욕심이 생긴 듯 하다.

남편에 대한, 아이에 대한, 돈에 대한, 시댁과의 관계에 대한, 기타 하 많은 것에 대한

욕심이 끊이질 않았음을 고백한다.

가끔 화들짝 놀라 왜 이러나 싶어 툭툭 털어버리고 고고한 척 해보려 하지만

끝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같은 욕심 위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애써 감추고 삭이려 하지만 사소함에 바르르 곤두서는 쌍심지를 치켜 세우고

불똥 한 번 튀겨보지 못하고 나 자신을 태워버리기 일쑤였지.

잘난 척 나서지도 못하면서 스스로의 안위를 저버리니 늘 따라다니는 두통으로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상해가고 있음을 안다. 그래도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고

못났다는 소리 듣지 않기 위해 아득바득 몸 사리지 못하니 끝내 돌아오는 것은

생채기만 가득한 육신이다.

 

어느 새 5년이란 세월이 흘렀음에도

저 깊은 내면에 꽁꽁 숨겨두었다가 잊을만 하면 끄집어내어

상처를 후벼 파는 이 못난 행동을 언제나 그만둘 것인지...

 

단 한 순간, 그냥 두 눈 질끈 감고 놓아버리면 쉽게 끊길 것도 같은 그 끈.

하지만 한 번 놓은 그 끈을 다시는 다잡을 수 없음을 알기에 제 살을 후벼파는 한이 있어도

이렇게 놓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 가지 중 하나를 버리기라도 하면 몸과 맘이 다 성할 것 같지만

참으로 간사한 인간의 심리는 그 또한 버거운 일이다.

잘근잘근 몇 년을 씹었으니 이제 가슴 아팠던 기억을 시간에 흘려보내도 좋을 듯 싶은데,

이제 겨우 아물어가는 그 상처에 새 살이 돋고 있으니 조금은 느긋한 맘으로 내면의 상처에 대해 관망함도 바람직하다.

참으로 아팠던 그 기억들을 곱씹어 득이 될 것 하나도 없어.

돌을 던진 사람은 이미 잊은 것 처럼 보이는데

돌 맞은 사람만 그 자리에 앉아 넋 놓고 있으면 어쩌시려구.

 

명쾌한 명제로 자신을 놓아주어야 한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그 무거운 짐 어디까지 지고 가시려나!

이제 여기 벗어놓고 가심은 어떨지...

제발, 지겨운 그 틀을 깨고 홀가분해져 보자.

 

시간은 거침없이 흘러 나를 위해 안배된 자리가 사라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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