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의 사랑
줄기줄기 손이 닿는 그 곳.
평생 타인을 의지해야만 영위되는 삶.
상대가 누구이든 조건을 흥정하기에 앞서
무조건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담쟁이의 서글픈 사랑.
허공으로 뻗은 손 끝에 닿는
허망한 막막함으로 하여
다시금 움추려드는 줄기에는
한 웅큼의 옹기가 박히고
혹여 떼일까 싶은
외로움의 고통으로
껴안은 상대의 속살을 파고드는
담쟁이의 자학적인 사랑.
긴겨울 앙상한 뼈대 위로
적나라한 추위와 맞서면서도
제 주인 차마 버리지 못하고
헐벗은 고통의 시간을 감내한다.
속살 에이는 긴겨울의 끝에
새롭게 돋아나는 사랑이
봄 햇살에 영글어
다시금 초록의 여름을 맞이하고
제 사랑을 자랑 삼겠지.
온통 진초록으로
물결치는 담쟁이.
어린 시절 과수원 돌담을 휘감아 돌던
녀석과의 기억이 참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또한 시청 담벼락을
제 집인양 차지하고 앉은 모양새가
지금껏 천연색으로 자리잡음하고 있습니다.
그 기억이 참으로 오래 갈듯 싶습니다.
사무실 뒤켠의 한옥집 담벼락에는
지금 담쟁이의
거친 숨소리로 시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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