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오월 말 잠시 여유로움을 찾아나섰던 곳을 다시 한 번 다녀왔습니다.
짙은 초록의 그 고운 물색이 눈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스며드는 듯.
늦은 오후의 숲을 한가로움 속에서 버섯이 보일까 혹은 곱게 개화한 꽃이라도 눈에 들까
두리번거리며 내려가다보니 다시 이곳에 서게 되었습니다.
한라산에 집중 호우가 내려 최고의 강수량을 기록했던 뒤 끝이라
제법 고인 물의 깊이가 있어 보입니다.
조심스럽게 물을 건너고 넓은 돌방석을 찾아 잠시 숨 고르기를 합니다.
서쪽으로 가는 해가 눈에 들어 눈가에 패인 주름이 짜증을 냅니다.
어안으로 들여다보는 세상이 눈 앞의 모습과 달리 사뭇 다른 풍경인 듯 보입니다.
좁은 사각의 틀 속에 잘린 세상이 하늘로 치달릴 듯 와와~ 거립니다.
두 팔 벌린 나무들의 아우성이 바람의 힘을 빌려 한층 대단합니다.
고개를 들어 다시 바라본 신록의 푸름에서 성큼 다가선 여름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