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편/생각 자투리

바람 속으로...

제라* 2010. 4. 14. 00:18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합니다.

나는 그러하지 않을 거라고...

나만큼은 마음 한 자리 그리 쉬 변하겠느냐고 호언을 했었는데...

역시 나라고 다를 바 없습니다.

 

산과 들에 울긋불긋 곱게 물이 들고

하나, 둘씩 단풍의 낙화가 안타깝던 그 시간부터 가을색 짙어간다고 투정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어찌 또 긴 겨울을 그리움에 동동거리며 보낼 것이냐며

아직 눈뜨지도 않은 동장군에 대한 타박이 빈정을 살만큼 대단했었습니다.

겨울의 끝자락에 이젠 봄이겠거니 싶었는데 꽃샘 추위가 또 무에냐고 투덜거리기는 얼마나 했었는지...

 

허나 보시어여.

막상 꽃들이 앞다투어 제자랑이 한창임에도 이런저런 핑계를 앞세워 앉은 자리 보전에만 급급합니다.

이러니 어찌 얇팍한 아낙의 마음을 간사하다고 아니 하겠습니까!

그럼에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러하다고 당당하게 자기 변론을 앞세웁니다그려.

들여다보면 빈둥거리기 일쑤인 하루를 제가 더 알고 있으면서 말입니다.

 

지난해의 열정을 따라갈 수 없나 봅니다.

벌써 애정이 식어 그만큼 시들해진 걸까요.

아닐 겝니다.

아니라고 앉은 자리 들썩거리게 도리질을 칩니다. 

   

 

 

  

며칠 전부터 몸살감기을 앓고 있습니다.

그나마 비라도 오시면 앉은 자리가 불편하진 않습니다.

허나 먹구름이 채 가시지 못하고 뭉기적거리고 있어도 반짝 해를 보면서 안달을 합니다.

그리곤 차마 지친 몸을 집으로 끌고 가지 못하고 꽃을 찾아 나섭니다.

오늘이 아니면 안될 것도 없건만 맑은 하늘에 남은 해를 뒤로 하고 집으로 가는 길이 쉽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면 그이에 대한 애정이 온전히 식어버린 것은 아닌가 봅니다.

돌아보면 꽃소식에 득달같이 달려갔던 그 마음은 여전하지만

자꾸만 부족함에 안달복달함이 가슴에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예 조바심이 또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얇팍한 간사함으로 스스로를 채근하니 성격도 까칠한 게지요.

조금은 느긋함을 곁에 두어 여유로움으로 몸을 추스리고 고운 심성으로 녀석들과 만나도 될 터인데 말입니다.

그래도 이런 나의 간사함을 비웃지 않을 겝니다.

그이를 향한 애끓는 마음은 여전함을 오늘도 확인시켜주고 왔으니까요.

오름 자락을 넘나드는 바람 속에서 지친 몸을 가누기 힘들어 주저앉고 싶어도 그이 앞에선 하나도 아프지 않더이다.

 

 

에에...

다시 보니 횡설수설이네.

오름 밑자리에서 독기 오른 봄바람을 너무 많이 맞은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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