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단편/생각 자투리

저만치 가을이 오네...

제라* 2009. 9. 2. 20:45

 

무에 그리 바쁘다고...

하긴 1년 살림 결산하려니 그 정도는 양반인 게지.

암, 상과에 대한 문외한이 보름을 앓고 결산을 했다는 것도 장한 일이지...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는 수밖에!

 

 

 

고운 연인들과 사각의 틀 속에서 만나는 것으로 나만의 행복주머니를 채워가고 싶었는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단순한 숫자들과의 싸움에서 계속 밀리기만 하니 어쩌리...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취미가 생계의 수단을 앞지를 수는 없지 않은가.

 

 

 

 

오가는 길목엔 어느새 파란 하늘이 드높아지고 한들거리는 코스모스가 고운 춤사위로 제 자랑이 한창이다.

같은 숫자들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나를 우습게 여기기라도 하는 듯 같은 자리를 팽글거리며 어지러운 머릿속을 심란케 한다.

제 고운 모습에 눈길 주지 않음에 살짝 삐치셨나보다.

 

잠시 발길 가는 양 무심하게 걸어봄도 하나의 탈출구가 되었을 터인데

조급함에 쉬엄쉬엄 감이 더 빠른 길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코스모스 숲 사이로 바람이 들락거리며 꽃들을 희롱한다.

까르르까르르 웃는 소리가 크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목소리 높이며 바람의 옷자락을 붙잡고 한들거린다.

 

 

 

 

하늘 드높은 가을이 어느새 대문앞까지 오시었네.

마중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시는 손은 벌써 계절이 감을 알린다.

 

이젠 조금 덜 부지런을 떨어도 되겠지.

여유롭지 못하더라도 짬을 만들면 퇴근 후에 고운 인연들과 행복주머니 채워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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