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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갈수록 시름 하나씩 털어내듯 그렇게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낙엽들이 수북하게 쌓여 길을 만들고...

 홀가분함으로 겨울을 준비하던 나무들이 빈몸인 채 숲을 지키겠지요.
혹여 퍽퍽한 일상에서 벗어나고픈 날에 다시 찾아가게 된다면 계절을 돌고 돌아 온통 빈가지로 허허로운 녀석들과
등을 맞대고 서서 지나간 어느 날의 아름다운 추억을 곱씹어볼 생각입니다.
두런거리는 울림이 차분하게 가라앉은 숲에 울리고 고요함에 묻혔던 다른 추억거리들이 깨어나면
너나없이 그와 나의 아름다운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친구들이 늘어나겠지요.
혹여 빈가지 가득 흰옷을 걸치고 있다면 봄부터 여름을 함께 하고 가을날 홀연히 떨어져나간 분신들에 대한 기억으로
저이들도 나와 같은 행복함으로 한겨울 추위를 녹일 수 있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구불거리는 길 끝에는 늘 변함없는 모습으로 숲을 지키고 선 녀석들이 기다리고 있을 겝니다.
다시 오겠노라 약속했던 나를 기억하고 숲 입구에 들어설 때부터 익숙한 내 발걸음에 귀기울여 줄 겝니다.
붉게 타올라 황홀한 모습으로 설레이게 했던 친구들의 모습은 예전과 다르겠지만
너무나 짧은 해를 아쉬워하며 오래도록 머물수 없었던 날의 못다한 이야기를 다시 듣고 싶어 목을 빼고 기다릴지도 모를 녀석들이...
지난 날과 다름없는 반가움으로 오랜 벗을 반기듯 그렇게 반겨줄 것이라 믿습니다.
 

잠시 무겁던 발걸음 접어 내 체온을 맡기고 기대었던 녀석도 여전히 그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을 겝니다.
 

 
나는 지금 지난 추억이 진하게 묻어나는 숲길을 걷고 있습니다.
터벅거리며 쫓아오는 발자국 소리만 숲 속 가득 울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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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섬의 아름다운 모습과 그 속에 피어나는 꽃들과 함께... 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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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척 동동거리다 오신 줄도 모르고...

흐드러지게 핀 억새를 뒤로 하고 가시는 님을 목청이 떨어져라 불러보아도 공허함만 가득하더이다.
너무나 짧게 오시어 소리없이 가시는 님이기에 더욱 애절하게 그리워합니다.
사색 깊은 시인은 그대를 남자의 계절이라 하더이다만
짧은 시간 잠시 머물렀던 미련 하나 남기지 않고 가시는 그대가 나만을 위한 것인양 그리 좋더이다.

허나 현실은 잔인하게도 짧은 가을날을 수확으로 정신없는 서툰 농투성이처럼 허덕거리고 있지요.
 

 

극조생 밀감 수확을 어느 정도 갈무리하고 짬을 내어 우도의 해국을 보러 갔습니다.
아니 우도의 가을을 만나러 갔습니다.
자라목으로 늘어진 기다림을 담아 머뭇거림으로 뭉기적거리던 해국을 그예 보았습니다.
서럽도록 청초한 해국이 바닷가 바위 위에 고운 자태로 앉았습니다.

 

  

쓸데없는 망상입니다.
어련히 때가 되어 오실 것이고 또한 자리 내주어야 할 때가 되면 비워줌이 이치이거늘...
님은 못난 아낙의 허망함을 탓하지도 아니하고 너그러움 담은 미소로 웃고 있습니다.
조급함으로 맘 상하지 말라... 하십니다.
그리 고운 낯으로 님의 말씀 전하는 해국은 다시 수평선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어느새 님은 속좁은 아낙을 꿰뚫어 보시고 가신 자리에 해국을 남겨놓으셨습니다.
동동거리며 하루를 뒤쫓는 날을 보내다 잠시 여유로운 날에 님의 자취를 찾아들거라 아시고
내게 님이 마음자리 하나 떼어놓고 가시었습니다.
억새의 흐드러짐 끝에 억장이 무너져 내릴 여린 아낙의 마음을 아시고...
여전히 해풍 앞에 당당한 해국을 대신 남겨 놓고 가셨습니다.

눈물 훔치며 일어서 당당하게 바다와 맞섭니다.
님아!
가신 듯...
그리 오시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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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늘엔별 2009.12.04 08: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방금 다른 블로그에서 해국을 보고 왔는데, 여기도 해국이 예쁘게 피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