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척 동동거리다 오신 줄도 모르고...

흐드러지게 핀 억새를 뒤로 하고 가시는 님을 목청이 떨어져라 불러보아도 공허함만 가득하더이다.
너무나 짧게 오시어 소리없이 가시는 님이기에 더욱 애절하게 그리워합니다.
사색 깊은 시인은 그대를 남자의 계절이라 하더이다만
짧은 시간 잠시 머물렀던 미련 하나 남기지 않고 가시는 그대가 나만을 위한 것인양 그리 좋더이다.

허나 현실은 잔인하게도 짧은 가을날을 수확으로 정신없는 서툰 농투성이처럼 허덕거리고 있지요.
 

 

극조생 밀감 수확을 어느 정도 갈무리하고 짬을 내어 우도의 해국을 보러 갔습니다.
아니 우도의 가을을 만나러 갔습니다.
자라목으로 늘어진 기다림을 담아 머뭇거림으로 뭉기적거리던 해국을 그예 보았습니다.
서럽도록 청초한 해국이 바닷가 바위 위에 고운 자태로 앉았습니다.

 

  

쓸데없는 망상입니다.
어련히 때가 되어 오실 것이고 또한 자리 내주어야 할 때가 되면 비워줌이 이치이거늘...
님은 못난 아낙의 허망함을 탓하지도 아니하고 너그러움 담은 미소로 웃고 있습니다.
조급함으로 맘 상하지 말라... 하십니다.
그리 고운 낯으로 님의 말씀 전하는 해국은 다시 수평선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어느새 님은 속좁은 아낙을 꿰뚫어 보시고 가신 자리에 해국을 남겨놓으셨습니다.
동동거리며 하루를 뒤쫓는 날을 보내다 잠시 여유로운 날에 님의 자취를 찾아들거라 아시고
내게 님이 마음자리 하나 떼어놓고 가시었습니다.
억새의 흐드러짐 끝에 억장이 무너져 내릴 여린 아낙의 마음을 아시고...
여전히 해풍 앞에 당당한 해국을 대신 남겨 놓고 가셨습니다.

눈물 훔치며 일어서 당당하게 바다와 맞섭니다.
님아!
가신 듯...
그리 오시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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